고단한 날들, 그래도 삶을 사랑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이렇게 복잡한 일인 줄 몰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나’만 잘 살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몸 하나조차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나이에도
아직도 돌봐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요즘 저는 어머니를 간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든이 넘은 어머니는 뇌졸중 이후 거동은 가능하시지만,
치매 증세로 하루에도 몇 번씩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듭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함께 부축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늦은 나이에 얻은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곁에 없습니다.
상황이 어려워, 결국 아이는 엄마 곁으로 보냈습니다.
비록 함께하지 못하지만, 저는 매일 마음으로 그 아이를 보고 있습니다.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버지로서 살아야 합니다.
아직 장가도 가지 못한 남동생은
정신적인 어려움을 안고 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많이 회복되어 직장도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시한폭탄처럼 불안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 또한 나를 깊이 기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삶의 무게 속에서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은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는데,
과연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입니다.
하루하루가 무겁고, 마음이 자주 조여옵니다.
우리는 보통 노년을 ‘돌봄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다릅니다.
여전히 누군가를 걱정하고, 여전히 누군가를 돌보며,
여전히 생계를 이어가야 합니다.
지금 저는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언제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하기에 선택한 일이지만,
늦은 새벽까지 서울의 밤거리를 달리다 보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너는 아직도 이 삶을 사랑하니?”
가끔은 그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이 새벽바람 속에 그 질문을 던지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삶은 더 이상 혼자의 삶이 아닙니다.
어머니, 동생, 아이—
나보다 더 나를 필요로 하는 삶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삶을,
비록 고단하더라도
끝까지 껴안고 살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처럼 무거운 하루를 견디고 있다면
부디 기억해 주세요.
우리는, 이 삶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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