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이 삶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인생 2막, 다시 나를 찾는 중
오랫동안 학원을 운영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원을 그만하게 되었다.
아직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사정이기에 이거 저거 해야만 했고,
무언가 새로 시작해 볼 수 있다는 것보다는
앞으로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더 컸다.
불안과 우울감으로 하루하루가 편하지 않았다.
늘어나는 나이와 줄어드는 여유 사이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감이 안 잡혔다.
지금도 그 불안과 초조함은 잔존하지만,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시도해 봤다.
블로그도 시작했고,
이모티콘도 그려보고,
사진도 찍어봤고,
GPT 인공지능이라는 낯선 기술도 접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수익이 목적이었다.
생계와 연결되지 않으면
마음에 여유를 주기가 어려우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진을 찍는 시간이 이상하게 기다려졌다.
‘이걸로 뭘 벌 수 있을까’보다는
‘오늘은 또 어떤 장면을 담게 될까’가
더 자주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게 내겐 꽤 조용하고 중요한 변화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별다른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비싼 카메라도 없었고,
렌즈 교체도 모르고,
심지어 촬영 모드 하나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내 손에 있는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했다.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내가 멈추는 시선,
내가 바라보는 방향,
그리고 그것을 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걸음을 멈추게 한 어떤 장면을
조용히 꺼내든 핸드폰으로 찍는 순간,
그건 단순한 촬영이 아니라
내 감정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오랫동안 묵혀왔던 감각의 깨움이랄까,
아니면 막힌 숨이 트이는 느낌이랄까,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과 낡은 시멘트 건축물,
벽에 걸린 벽등, 야간에 보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불빛,
시장 골목의 색색 파라솔.
그것들은 전에는 그냥 무심히 지나치던 일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들이
하나둘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 일상의 소소한 장면과
빛 그리고 그림자를 바라보는 시간이
복잡했던 내 마음과 불안을 잊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틈에서
잠든 내 감각이 일어났다고나 할까,
시든 열정이 깨어났다고 할까,
무언가 새로운 감정이 생기는 걸 느꼈다.
이런 감정이 일어났다고 해서
현실의 상황이 넉넉해진 건 아니다.
수익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삶은 매일이 무슨 서바이벌 게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음 안에 뭔가가 달라졌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머릿속에서 ‘이런 장면 찍으면 좋겠다’,
‘이건 이렇게 찍어야지’ 하는
여러 구상으로 머리가 꽉 찼다.
아직 이 일로 돈벌이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마켓에 올려 팔리기를 기대하며 승인도 받아보고,
한 장 승인 날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으로 만족을 대신하고 있다.
살면서 꼭 뭘 위대한 업적으로 이뤄야 하고
큰 부를 쌓아야 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소확행"이라고,
이런 소소한 취미로 나를 위로하고 만족을 느낀다면
충분하지 않겠나 싶다.
요즘은 내 인생의 2막을
이런 취미로 만족하고,
새로운 경제활동으로 만들려는 여러 시도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다.
이런 나의 변화,
생각보다 꽤 괜찮은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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